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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ld Health Nurs Res > Volume 21(3):2015 > Article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e study was to describe the parenting experience of parents of children with chronic illness in Korea.

Methods:

A conventional contents analysis was used for the study. Twelve mothers of chronically ill children participated in the study. Qualitative data were analyzed using the Morse and Field method.

Results:

Four categories, 10 subcategories and 42 codes emerged from the data on the parenting experience of parents of children with chronic illness. The four categories were ‘Sacrifice and full-engagement within self-mortification’, ‘Renormalization of collapsed daily life’, ‘Paving a new way for independence’ and ‘Growing together of myself and the family’.

Conclusion:

Parents of children with chronic illness experienced not only negative aspects such as a confusion but also re-normalization and growing together. Based on the results, health professionals need to develop effective nursing interventions toward positive parenting for these parents and their children with chronic illnesses.

서 론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에 생명을 위협하던 질환의 극복이 가능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만성질환을 가진 아동의 생존율이 증가되고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아동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1]. 아동이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 질환관리를 위해 다양하고 복잡한 치료적 처치가 지속적으로 요구되며 일상생활에서도 식이나 활동 등 다방면의 제한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장기간에 걸친 치료과정은 아동의 신체, 정서, 사회적 발달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아동의 성장 및 발달상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주요한 인접환경인 가족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족은 사회화 과정 및 기본적인 가치, 신념, 태도, 희망과 영감의 전달을 통해 개별 가족구성원의 질병과 건강에 대한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아동의 만성질환 상황에 대한 부모의 인지, 문제해결 방식, 대처방법, 가족기능상태 등은 자녀의 만성질환에 적응하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환경이 된다.
자녀의 만성질환 관리를 주도하는 부모의 경우 자녀의 만성질환 진단이라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자녀 건강관리 및 양육의 병행, 양육형태의 변화 등 부모 역할에서의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만성질환아의 부모는 아동의 양육과 간호를 동시에 책임지는 일차적 인접 환경으로서 아동의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발달상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양육의 제공뿐 아니라 다양하고 복잡한 의료처치의 이행 등 추가적인 돌봄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울러 만성질환아를 양육하는 부모의 다양한 반응은 자녀의 건강유지 및 증진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성질환아 부모는 자녀의 질병 치료과정 및 예후와 관련된 질병자체의 불확실성, 예기치 않은 아동의 성격 및 행동변화, 아동의 미래 건강상태 및 삶에 대한 불안, 두려움, 죽음에 대한 위협 등의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2,3]. 이러한 불확실성은 자녀의 만성질환 상태에 대한 충분한 파악 및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능력을 저하시키고 양육태도 및 행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가중된 부모 역할 및 부담감으로 인해 부모역할에 대한 자신감 저하, 우울감 및 심리적 스트레스, 부부간 상호관계의 긴장 증가와 같이 적절한 부모역할 수행을 저해하고 가족기능의 부적응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요인에 노출된다[2,3].
만성질환아 부모가 경험하는 부모역할의 부담은 애정적 태도의 감소, 과보호 등 부정적 양육방식을 유도할 수 있으며 치료처방 이행의 저하로 인한 신체 건강의 부전, 심리사회적 문제행동 증가와 아동 삶의 질 감소 등 만성질환아의 성장발달 및 건강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4]. 또한 부모의 양육스트레스 및 부담감이 클 경우 거부적이거나 통제적인 태도의 증가, 민감성의 감소 등과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양육을 나타내며 이는 아동의 성장발달 및 건강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5].
반면 아동의 만성질환이라는 가족이 극복해야할 과제에 직면하여 가족 구성원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삶을 재조직하는 과정에서 자녀의 질환에 대한 의식 및 관리수행을 가족의 일상생활로 포함시켜 긍정적인 가족적응 및 정상화(normalization)를 이룬다는 보고도 있다[6]. 또한 아동의 만성질환에 대해 부모를 포함한 가족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경험으로 인식하는 반응[7]도 제시되고 있어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속성을 지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만성질환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국내연구는 만성질환아동의 부모 특히 주양육자인 어머니를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가 대다수이며 자녀의 만성질환에 대한 지식, 양육 부담감 및 스트레스 등 만성질환아 어머니의 사회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거나 자녀의 질환에 대한 대처 및 적응을 파악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8,9]. 그러나 기존 연구의 대다수는 연역적 추론에 근거해 국외에서 개발된 설문지를 활용하여 어머니의 양육태도 및 양육 스트레스의 확인, 관련 변인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양적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비록 국내에서 지적장애, 뇌성마비 등 만성질환 자녀양육과 관련된 부모의 경험에 대해 몇 편의 질적연구가 수행되기는 하였으나, 이들 연구의 초점이 부모되기(parenting)에 맞추어져 있기보다는 양육(rearing) 또는 돌봄(caring)에 중점을 두고 수행되었기 때문에 자녀가 만성질환으로 진단 받는 그 순간부터 어떤 형태로 부모되기 과정이 진행되는지에 대해 심도 깊게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간호 영역에서 부모되기 과정은 신생아의 출생 직후 최초로 이루어져 자녀와 부모 사이의 상호작용의 기초가 되는 것으로, 이는 자녀의 긍정적 성장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10]. 그러나 성장과정에서 자녀가 만성질환으로 진단받게 되는 일은 가족 전체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존에 부모로서 유지해왔던 양육 패턴 등을 변화시켜 새로운 부모되기 과정을 겪게 만들어 결과적으로는 만성질환 아동 간호의 궁극적 목적인 정상 성장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11].
한편 국외에서는 당뇨나 천식을 가진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양육부담감 또는 양육경험에 대한 질적연구 및 질적자료에 대한 메타합성 연구 등이 보고되었으나[3,4,12,13] 그 결과를 한국 문화권 내에서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에 반영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한국의 경우 타 문화권에 비해 부모역할에 대한 민감도 및 몰입이 높고 전체로서의 가족의 역할이 중시되며 이러한 특성이 자녀의 만성질환 관리와 양육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사회라는 고유한 사회문화적 맥락 내에서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parenting)’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성질환아 부모가 자녀의 만성질환 관리 및 부모역할 수행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의미, 가치관, 신념, 태도 및 구체적 행동에 대한 폭넓은 탐색이 요구된다. 또한 ‘부모되기’는 부모가 속한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개념의 속성이 변화될 수 있고 복합적이고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인적 경험 및 부여하는 의미가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특정 현상에 대한 대상자의 다양한 의미와 경험을 전인적, 체계적, 주관적 관점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변수간의 관계 및 가설을 검증하는 양적연구 방법보다는 귀납적 추론에 근거한 질적연구의 수행이 적절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에 본 연구는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한국 문화권 내에서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탐색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parenting) 경험은 어떠한가?

연구 방법

연구 설계

본 연구는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탐색을 위해 반구조화 면담(semi-structured interviews) 및 개방형 면담(open-ended interviews)을 활용하여 질적 면담 자료를 수집한 후 고전적 내용분석방법[14]에 근거하여 분석하는 서술적 탐색연구이다.

연구 참여자의 특성

본 연구에서는 연구현상에 대해 가능한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목적적 표본추출을 하였다. 본 연구의 참여자는 K대학 부속 의료기관에서 아동기 만성질환으로 진단을 받고 6개월 이상 투병중인 18세 미만 아동 및 청소년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참여를 허락한 부모를 표출하여 질적 면담 자료가 더 이상의 새로운 개념과 코드가 도출되지 않는 포화상태에 도달할 때까지 심층면담을 수행하였다.
연구에 참여한 만성질환아동 부모는 모두 어머니였으며 평균 연령은 38세였다. 자녀인 만성질환아동이 가지고 있는 질환으로는 1형 당뇨 7명(1명의 경우 뇌성마비를 동반하고 있음), 성조숙증 1명(선천성 심질환과 약시를 동반하고 있음),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1명, 초점성 분절성 사구체 경화증 1명, 원인불명의 간부전 1명, 소아천식 1명으로, 총 12명의 아동에 대한 심층면담 내용을 본 연구에서 다루었다. 만성질환 아동의 진단 후 경과 기간은 2년에서 10년으로 평균 6.8년이었다.

연구자의 준비

질적연구는 연구자의 자질 및 준비도에 따라 연구결과의 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본 연구의 책임 연구자는 석·박사 학위과정에서 질적 연구의 철학적 배경 및 이론, 연구방법절차에 대한 강좌를 다년간 진행한 바 있으며 질적연구방법을 활용한 간호학 연구경험이 풍부하다. 또한 만성질환아동 및 가족을 위한 간호연구를 연구의 주 영역으로 하여 만성질환 아동 및 가족을 대상으로 풍부한 연구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관한 면담과정에서 선입견을 배제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면담에 임할 수 있으며 참여자 진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침묵, 촉진 등을 활용한 깊이 있는 면담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사료된다.

자료수집 방법 및 절차

연구 참여자는 K대학 의료원에 등록되어 만성질환으로 투병 중인 환아의 어머니로 질적자료수집을 위해 일대일 면담을 수행하였다. 최초의 계획은 어머니 또는 아버지 모두를 대상으로 면담을 시도하려 했으나, 아버지의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아 어머니만을 대상으로 수행하되, 어머니의 면담 내용에 부모 중심 또는 부부로서 함께 대처한 부분 등 부부동반의 부모되기 경험을 포함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하여 심층면담을 수행하였다. 심층면담은 반구조화 면담 및 개방형 면담으로 이루어졌다. 면담 수행을 위해 면담 전 충분한 문헌고찰을 통하여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에 대한 탐색을 안내할 수 있는 반구조화된 면담 안내지를 마련하였다. 면담 안내지에 포함된 주요 질문은 ‘자녀가 처음 만성질환으로 진단받았을 때의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부모로서 그 때의 심정은 어떠하였습니까?’, ‘만성질환이 있는 자녀의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십니까?’, ‘부모로서 만성질환을 앓는 아동을 양육하는 데 있어서 일반아동 양육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있다면 무엇입니까?’ 등의 주요 질문을 포함하되 참여자의 면담 내용에 따라 자연스러우면서 심층적인 면담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면담 시작 전에 참여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연구과정의 윤리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K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IRB NO: 1040548-KU-IRB-13-169-A-1)을 받았다. 연구자는 면담 시작 전 참여자에게 연구목적 및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연구 도중이라도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주었으며, 참여자와의 면담내용은 익명성을 보장하여 인용한다는 점을 명료히 밝혔다. 또한 면담의 원활한 진행 및 용이한 자료 분석을 위해 면담이 녹음될 것임을 알리고 연구 참여자가 이에 동의할 경우 면담을 진행하도록 하였다.
일인당 면담횟수는 적어도 1회 이상 수행하되 면담이 충분히 진행될 때까지 반복하여 수행될 수 있음을 알린 후 면담하였다. 각 심층면담 수행 후에는 면담진행 시의 분위기, 비언어적 의사소통 내용 등에 대한 현장노트를 작성하여 면담내용 분석 시 활용하였다. 면담 내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본 연구의 연구자 중 책임 연구자 1인이 12명의 참여자와 일대일 면담을 수행하였다.

자료 분석 방법

심층면담과 현장노트를 활용하여 수집된 질적자료의 분석은 Morse & Field [14]의 고전적 내용 분석 방법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우선 수집된 질적자료의 의미, 의도, 중요성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녹음된 내용을 주의 깊게 들으며 필사하였다. 이후 필사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의미, 가치인식, 태도, 경험 등을 나타내는 의미 있는 진술을 발췌한 후 코드를 도출하였다. 그리고 유사한 코드를 묶어 하위범주 및 상위범주로 범주화를 시도하였다.
자료분석의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질적자료의 고전적 내용분석연구방법에 대한 경험이 있는 연구자와 반복적인 토의 및 협의를 거쳐 개인이 분석한 자료를 교차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따라서 연구자 전원이 합의함으로써 만성질환아 부모의 부모되기에 대한 코드와 범주를 도출하고, 동시에 질적자료의 포화여부도 확인하였다. 연구결과 분석과정 중 내용축약과 코드의 도출과정에서부터 단지 어머니만의 경험이 아닌 아버지를 포함한 부모로서의 경험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하려는 의도를 잃지 않았다.

타당성과 엄밀성 확보

연구결과의 타당성과 엄밀성을 확립하기 위하여 Guba와 Lincoln [15]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였다. 첫째, 신빙성(credibility) 확보를 위해 연구자가 평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최소화하고자 괄호처리(bracketing)하였다. 또한 중립적 태도로 참여자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참여자의 진술 중간에 끼어들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둘째, 적합성(fittingness) 확보를 위해 연구결과를 3인의 참여자에게 보여주어 자신들의 경험을 잘 반영하는지를 확인하였다. 또한 분석과정에서 질적연구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의 조언을 받아 연구결과의 적합성 확립을 위해 노력하였다. 셋째, 감사가능성(auditability) 확보를 위해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연구의 전 과정을 사전에 구축된 절차대로 수행하면서 상세히 기술하였다. 넷째, 확증성(confirmability)은 신빙성, 적합성, 감사 가능성의 기준을 지킴으로써 확립하였다.

연구 결과

12명의 참여자와의 면담을 통해 얻은 원자료로부터 도출한 주요 진술은 총 235개였다. 이들 주요 진술들로부터 구절과 문장을 심도 있게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유사한 내용들을 통합하여 내용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진술로 의미를 구성한 결과 133개의 의미 있는 진술을 구성하였다. 이 진술들로부터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을 나타내는 39개의 코드를 구성하였고, 이들 코드를 더욱 추상성이 높고 포괄적인 의미로 도출된 10개의 하위범주와 4개의 범주로 구조화하였다(Table 1). 각 범주와 범주에 포함된 하위범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다음과 같다.

제1범주: 고행속의 희생과 몰입

이 범주는 참여자들이 처음 자녀가 만성질환을 진단받는 과정에서의 부모되기 경험을 나타낸다. 이 범주에 포함된 하위범주는 ‘느닷없이 빠져버린 고행의 수렁’, ‘오로지 아이의 치료에만 매달림’, ‘아이의 질병에 먹혀버린 희생적 삶’이다. 부모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이가 평생 가지고 살아야 할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의료진으로부터 듣게 되면서 헤어나기 어려운 고행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때부터 부모 자신의 삶보다는 아이의 치료와 간호에만 매달리게 되면서 마치 아이의 질병에 부모의 삶이 통째로 먹혀버린 듯한 단지 희생적인 부모로서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하위범주: 느닷없이 빠져버린 고행의 수렁

하위범주 ‘느닷없이 빠져버린 고행의 수렁’은 갑자기 진단받게 된 아이의 만성질환으로 인한 부모의 정서적인 충격을 표현하며, 이 하위범주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막막함’, ‘품었던 희망이 물거품이 됨’, ‘억울함’, ‘혼란스러움’, ‘나로부터 등을 돌린 세상’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본 연구 참여자들 자녀의 만성질환은 대부분 원인이 정확하지 않은 것들이었기에 부모들은 왜 자신의 아이에게 느닷없이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과 막막함을 경험한다. 이러한 부모의 경험은 이전에 아이를 양육하면서는 겪어보지 못한 차원이 다른 부모로서의 경험이기에 더욱 당황스럽다. 아이가 건강할 때 함께 꿈꿔왔던 아이와 부모의 미래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된다. 정상 아동에게는 너무 당연한 운동발달이나 일상적 학교생활이 자신의 아이에게는 이제 한고비 한고비가 큰 역경이 되기에 마치 세상이 아이와 자신으로부터 등을 돌린 것 같은 억울한 심정을 경험한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설마설마 했었어요. 사실은 딱 그 상황(아이의 질병 진단)이 닥쳤을 때 정말 계속 울었고 정말 깜깜했거든요. 아이 아빠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되게 당황했었고, 그 때는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요. 그냥 계속 다 제 탓으로 돌리고, 울고... 내가 애를 케어하지 못했나? 이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많이 했거든요.”
“딱 듣는 순간 ‘내가 뭘 잘못했지?’ 그 생각부터 드는 거예요. 제가 키우면서 뭘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엄마 잘못 아니라고, 선생님께서 제 잘못 아니라고 그러시는데 그게 저한테 위로가 안됐어요. 죄책감이 되게 심하더라구요.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니까 제 잘못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고…….”

하위범주: 오로지 질병치료에만 매달림

하위범주 ‘질병치료에만 매달림’은 아이의 질병과정 중 어느 단계에나 나타날 수 있는 부모되기 경험이지만 특히 진단 초기에 경험하는 부모의 역할과 관련된 부모되기 경험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음’, ‘정보수집에 총력을 기울임’, ‘모든 치료방법을 시도함’, ‘철저한 아이의 스케줄 관리’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처음 아이가 당뇨병이나 성조숙증과 같은 자신과는 먼 남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질환을 진단받아 당황하지만 이내 시간, 돈, 노력을 아끼지 않고 부모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여 치료하기를 희망한다. 따라서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물론 아이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식품이나 민간요법도 무수히 시도해본다. 또한 아이의 질병이 악화되지 않도록 부모가 아이의 스케줄을 관리하면서 오로지 아이의 질병관리에만 매달리게 된다.
“인터넷도 전 잘 모르는데 선생님들이 인터넷 같은 곳에 들어가 보면 잘하는 병원이 많이 나와 있다고 해서 그런 데도 들어가 보고, 어떻게 치료하는지도 나와 있고 엄마들 경험도 나오니까 한 번 가보라고 하더라구요. 어떤 엄마가 올렸는데 OO에 개인이 하는 마사지가 있다고, 거기 한 번 가보라고 해서……. 한 시간 다니는데 3만원이에요. 돈이 너무 큰 액수잖아요. 그래서 걱정이 됐는데, 3일간 했더니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3년 정도 받았어요.”
“인터넷에서 제가 찾아보니까 OO에 되게 유명한 한의원이 있는데 거기서 간질 이런 걸 많이 고쳤다고 하더라구요. 친정 엄마랑 상의해서 거기 가서 침도 맞아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그거 했는데도 도저히 안되니까 기도원에 가서 기도도 해보고, 점집에 가서 점도 한 번 봐보고, 재활치료도 받아보고……. 도라지도 먹여보고 황기도 달여서 주고……. 왜냐하면 그게 폐렴에 잘 안 걸리게 해준다고 해서…….
“제 나이가 34살인데 6개월 전에 운전면허를 땄어요. 엄마들이 수중 치료를 어디가 잘한다, 그러면 거기로 가고, 어디가 잘한다 하면 저 병원 가고……. 장애인 콜택시 이용하는 것도 시간적으로 불편하고 해서 엄마들이 다 운전을 해 가지고 애를 뒤에 태운 다음 학교 다니면서 학원 보내듯이, 이렇게 다 아침에 재활치료 가면 집에 오면 6시인 거예요. 수첩에 다이어리에 다 보면 스케줄이 엄마 스케줄이 아니라 애기 스케줄이 있는 거예요. 무슨 연예인 같이…….”

하위범주: 아이 질병에 먹혀버린 희생적 삶

하위범주 ‘아이 질병에 먹혀버린 희생적 삶’은 앞서 진술한 ‘질병치료에만 매달림’의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역할 수행을 시작하면서 부모 자신을 위한 삶과 희망은 없어진 채 아이의 질병에 송두리째 자신의 인생을 빼앗겨 버린 듯한 고행의 삶을 살아가게 되는 부모되기 경험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아이만을 위한 삶’, ‘관계의 단절’, ‘잊혀져 가는 나(부모)의 존재의 이유’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아이의 병원치료뿐만 아니라 아이가 먹는 것, 학교에 가는 것 등을 세심하게 챙겨야 하는 일상 속에서 우선순위가 바뀌고 마치 자신의 아이의 질병이 전염병인 양 대하는 사회적 오명으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도 기피하게 된다. 이렇게 모든 일상생활이 아픈 아이 중심이 되어감에 따라 한 인간으로서가 아닌, 질병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로서의 삶을 살게 되면서 자신을 챙기기보다는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만 한다는 이전과 다른 부모되기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아이의 질병 발생이 부모 자신의 탓이라는 죄책감이 높은 부모의 경우 이러한 부모되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우리 아들 키울 때는 내가 이렇다 저렇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한번도. 어디 뭐 데리고 놀러 나간다 생각도 해본 적 없고 학교 따라다니고, 재활치료 다니고, 수영장 다니고, 병원 다니고, 저녁으론 장사하고 매일 365일 반복이었으니까 사회적인 활동이나 이런 걸 완전히 단절하고 뜻도 없었죠.”
“우리 아들 키울 때는 내가 이렇다 저렇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한번도. 어디 뭐 데리고 놀러 나간다 생각도 해본 적 없고 학교 따라다니고, 재활치료 다니고, 수영장 다니고, 병원 다니고, 저녁으론 장사하고 매일 365일 반복이었으니까 사회적인 활동이나 이런 걸 완전히 단절하고 뜻도 없었죠.”
“사람을 잘 안 만들어요. 친구도 없어요, 저는. 오로지 OO이만 보고 살아요. 아이 전화 아니면 전화도 안 오고, 가족들이나 친정 식구들 아니면 누가 전화 오는 것도 무서워요. 만나자는 것도 무섭고……. 그렇게 다른 곳에 신경을 쓰면 아이 돌볼 에너지를 뺏길 것 같아서요.”
“전 이게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이것 때문에 내 모든 스케줄이 다 변하는 것도 싫은 거예요. 제가 막 제2의 사춘기가 오는 것 같은 것 있죠. 제 일을 애한테 지배당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내 자존감이……. 아무 것도 없는 나는 지금껏 10년 동안 열심히 얘를 키웠는데 결국 결론은 병원을 다니는거야. 나 지금까지 뭐했어? 엄마이기 전에 나도 여자고 인간인데 난 또 뭐가 되는거야? 이러면서 우리 신랑은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 나는 또 도태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저는 많이 들더라구요.”

제2범주: 허물어진 일상의 재정상화

이 범주는 아이의 만성질환을 극복해가는 부모되기 경험을 나타낸다. 이 범주에 포함된 하위범주는 ‘무너져버린 일상’과 ‘새로운 일상의 수립’의 하위범주가 포함된다. 아이와 부모에게 닥친 갑작스러운 만성질환은 부모와 가족 구성원 전체적 일상을 변화시키게 되나, 점차 질병과정에 적응하고 극복해 나가며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일상을 수립해 나감으로써 허물어진 일상을 재정상화 시키게 된다.

하위범주: 무너져버린 일상

하위범주 ‘무너져버린 일상’은 아이의 질병치료와 건강관리에 매달리게 되면서 부모를 포함한 가족 전체가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일상의 경험이며, 만성질환아동 부모되기 경험에 영향하는 맥락적 요인을 표현한 것이다. 이 하위범주에는 ‘일상의 자유상실’, ‘망가진 생활패턴’, ‘직장을 그만둠’, ‘다른 가족 구성원을 소홀히 함’, ‘주저앉은 경제적 기반’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이전에 별 거리낌 없이 누렸던 사람들과의 만남, 먹는 것, 여행가는 것 등이 이제는 모두 아픈 아이 중심으로 바뀌게 되면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누렸던 자유를 상실한 듯한 느낌에 힘겨워한다. 심지어 아이 치료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점점 더 들어가는 의료비 지출에 가정의 경제적 기반도 악화되어 간다.
“(다른 아이들 키우는 것하고 차이가 있다면) 가장 큰 게 외출의 부자유인 것 같아요. 제 마음대로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할 수 없다는 거…….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엄마들은 대부분 잠을 못 자요. 밤새도록 석션(suction) 해줘야 하고, 너무 피곤해서 잠깐 못 해주면 아이가 호흡곤란이 있어서 막 놀래서 기절할 듯 일어나고……. 그렇게 잠을 못 자는 게 이제는 습관이 되도록 3년째인데, 지금도 수면제 없이는 날을 하얗게 새요. 그런데도 다음날 생활이 가능해요. 그게 이제 계속 그렇게 해오다보니까 건망증도 엄청 심해요. 냄비를 6개, 7개씩 태우고 집도 잃어버리고…….”
“(초등학교 입학한 후) 제가 회사는 회사대로 또 나올 수 없는 상황이고 학교에서 도와줄 사람은 없고, 그 대신 할머니가 좀 가 계시다가……. 결국은 일을 그만 두게 되는 상황까지 갔어요. 아이를 좀 봐야되겠다 싶어서…….”
“저도 그렇고 다른 엄마들도 그렇고, 생활고라는 게 참……. 이렇게 넉넉히 있다가 갑작스러운 생활고가 되게 많이 힘들었거든요. 태아 보험이 나오긴 했지만, 이게 태아 보험이 전부가 아니더라구요. 삶의 균형이 깨지고 모든 게 정지되면서 이게 겹치고 겹치고 겹치니까 빚이 급속도로 확 불더라구요. 이제는 돈 좀 벌어보고 하겠네, 이제는 조금 안정되겠네 싶었을 때 갑자기 찾아와서 모든 걸 다 잃게 된 거예요.”

하위범주: 새로운 일상의 수립

하위범주 ‘새로운 일상의 수립’은 무너져 버린 기존의 일상 속에서 힘겨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하지는 않지만 아픈 아이를 포함한 가족 전체에게 가장 적합한 새로운 일상을 확립해가는 부모로서의 역할 경험을 표현하며, 이 하위범주에는 ‘질병관리를 일상으로 받아들임’, ‘아이와 가족의 새로운 목표설정’, ‘가족 구성원의 역할 재정비’, ‘우리 가족만의 노하우 확립’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아침에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을 마치 양치하는 것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이전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혈당을 잘 조절하는 건강한 아이, 스스로 운동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등, 이전과는 다른 우리 아이,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목표가 설정된다. 이를 위해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이 재정비되고 아동 건강관리를 위한 노하우가 습득되어 숙련감이 증진되는 부모되기 경험을 한다.
“아침 시간에 제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요. 그 날 먹을 간식과 학교 갈 준비를 하고, 대신 아빠는 새벽에 출근을 해요. 그래서 2시나 3시, 아이가 올 때쯤 와요. 그래서 오후 시간엔 아빠, 오전 시간엔 제가……. 저녁 시간에 숙제나 학원 이런 것은 아빠가 봐주구요. 아빠가 인슐린 단위 같은 것도 같이 얘기해주고, 운동도 같이 하고. 아이가 복싱 가면 아빠는 헬스 가고, 집에서도 아빠가 자전거 돌리면 아이가 스탬퍼하고. 제가 이제 저녁에 조금 늦게 오니까 아빠랑 같이 영화 보고, 같이 얘기하고. 아빠랑 아이 책상이 같이 있거든요. OO이가 공부할 때는 아빠도 같이 회사일 하고…….”
“처음에는 병 걸려가지고 생일 파티 가서 케이크도 못 먹고 스파게티도 못 먹고 그러니까 생일잔치 가기 싫어하더라구요. 애들 있는데 주사를 놔주고 와야하니까 막 피하다가 그게 스트레스가 더 쌓이면 어차피 혈당이 높아요. 그러니까 먹고 싶은 거 먹어, 그렇게 된 거예요. 어차피 오를 혈당이면 진짜 혈당을 올려놓고 차라리 주사를 맞자. 대신 주사 맞은 시간 내에서 내려가는 시간에 먹으라고…….”
“동생도 오빠가 혈당체크 하고 있으면 기다려줬다가 오빠 다 했어? 하고 물어보고 같이 먹고……. 제 친구들도 그렇고 이제는 먹기 전에 혈당체크는 당연한 거, 익숙함? 그래서 친구들이 물어봐요. 몇이야? 그러고 정상이면 같이 먹자, 이렇게 얘기하고……. 저희들한테 그냥 그런 관리하는 것이 생활화 되었다는 느낌?”

제3범주: 홀로서기를 위한 개척

이 범주는 아이의 만성질환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됨에 따라 아이의 질병을 아이보다 부모인 자신이 먼저 극복해야 하는 과제로 인정하고 점차 도전적으로 대응함과 동시에, 아이도 만성질환을 스스로 관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홀로서기를 대비하게 해주고 개척해주는 부모되기 경험을 나타낸다. 이 범주에는 ‘수용하고 직면하기’와 ‘아이의 홀로서기를 대비함’의 하위범주가 포함된다.

수용하고 직면하기

하위범주 ‘수용하고 직면하기’는 일상의 새로운 정상화와 함께 만성질환아동 부모가 취하게 되는 대응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인정하고 내려놓음’, ‘마음을 다잡음’, ‘도전으로 받아들임’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처음에는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부모인 자신들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아이의 질병이 생긴 것 같은 죄책감으로 힘겨워했으나, 점차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이것이 아이의 질병관리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부모로서 아이를 위해 할 일은 현실을 수용하고 마음을 다잡는 것임을 깨닫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도전하며 직면하는 부모되기의 경험을 한다. 아이의 능력에 맞게 눈높이도 낮추어 욕심을 내려놓게 된다.
“완쾌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어느 정도 약으로 주사로 치료만 되고 이어간다면 저도 열심히 잘 먹고 잘 자고, 그렇게 애 키우고……. 뭐, 아직 그렇게까지 앞은 생각 못하고 그냥 여태까지 해 왔던 것만 쭉 하자. 내일보다는 오늘 즐겁고 열심히 살고 내일은 내일 또 어떻게 되겠지…….”
“힘든데 아닌 척 하면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제가 경험을 해보니 힘들어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힘들어 하고, 울기도 하고, 표현도 하고…….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안됐는데 나 혼자 괜찮아, 하면 내 마음이 곪더라구요. 그리고나서, 누구든 병을 원해서 얻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냥 내 운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거를 자꾸 쳐내려고 하니까 제가 더 힘들더라구요. 어차피 상황은 벌어졌는데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부인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아이는 더 기댈 곳도 없거든요. 부모가 아니라고 하는데 이 아이는 그럼 어떡해요. 엄마가 더 빨리 보듬어줘야 하기 때문에, 엄마가 힘들어할 수 있을 만큼 힘들어하고 빨리 받아들이고 그 다음에 방법을 찾아야 하니까, 강한 마음을 빨리 앉혀놓아야 할 것 같아요.”

아이의 홀로서기를 대비함

하위범주 ‘아이의 홀로서기를 대비함’은 만성질환 부모로서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대응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다른 형제와 똑같이 대함’, ‘자립심을 키워줌’, ‘최적의 방벽을 쌓아줌’, ‘예측하고 대비함’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대부분의 아동기 만성질환이 그렇듯, 참여자들의 아이들은 성인기까지 질병과정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동 스스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부모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픈 아이라고 과잉보호하기보다는 다른 형제와 똑같이 대하는 양육태도를 보인다거나 아이 스스로 운동과 식이요법을 균형있게 조절할 수 있도록 숙련성과 자립심을 키워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비해서 학교의 보건교사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 등 아동에게 최적의 건강관리를 제공하기 위한 방어벽을 쌓아주는 부모역할도 함께 수행한다.
“아이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약간 습관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한 컵 마시고 유산균도 먹고,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이 아이에게 습관화되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그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을까? 아침 혈당체크하기 전에 발 마사지도 해주고, 발판도 밟아주고, PT도 좀 하고, 손도 털고, 물구나무도 저희 한 1, 2분 하거든요. 저는 아이 잡아주고 같이 구령도 해주고…. 이런 게 아침마다 반복되니까 습관화가 되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도 그냥 자연적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
“학기가 바뀔 때마다 학교에 찾아가서 보건교사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들한테도 (아이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학교 친구들한테도) 앞에 나가서 ‘나는 이런 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하지만 너희들이 감기를 가지고 있듯 친구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고 내가 가지고 있는 병은 전혀 피해 주지 않고 옮기는 병이 아니다.’라고 (얘기할 수 있게 해주고)…….”
“(아픈 아이를) 저는 특별하게 대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누나가 있으니까, 누나가 걔 때문에 관심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고 위축될까봐 일부러 그 전보다 더 혼내고……. 저는 진단을 받고 난 후에 별로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어요.”

제4범주 : 나와 가족의 동반성장

이 범주는 아이가 만성질환을 진단받고 고통의 수렁에 빠져 단지 희생하는 삶으로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동과 함께 부모도 성장하는 부모되기 경험을 나타낸다. 이 범주에 포함된 하위범주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음’, ‘가족이 단결함’, ‘감사와 나누어 주는 삶’의 하위범주가 포함된다. 만성질환 진단으로 겪게 되는 힘겨움이 결국 부모로서 성장하는 발판이 되고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이해하고 단결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부모가 봉사하고 나누어 주는 삶을 살면 결국 미래에 도움이 많이 필요한 아픈 자녀에게 대신 그 복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감사와 나누어주는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한다.

성장의 발판으로 삼음

하위범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음’은 만성질환 아동 부모가 아이의 만성질환 진단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부모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표현한 것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지내온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 ‘당당해 지려고 노력함’, ‘삶의 원동력으로 삼음’, ‘부모로서의 존재감 확인’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아이의 만성질환 진단과 고단한 치료과정의 역경 속에서 지나온 인생과 주변을 돌아보고 반성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를 위해서도 더 당당해지려고 노력한다. 또한 이제는 이 상황이 고행의 수렁인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아픈 아이가 자신의 삶의 원동력이요, 나만이 이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마음을 다잡으며 부모로서의 존재감도 확인하는 부모되기 경험을 하기도 한다.
“제가 결혼을 하면서 부유하게 살지는 않았어도 애 아빠랑 계획대로 차근차근 살아왔어요. 근데 이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의 병이 터지니까 정말 뒤를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내가 너무 앞만 봤구나. 너무 앞만 보고 경주마처럼 왔구나. 내 주변도 안 보고. 그 때 제 인생에 한 번의 전환점이라고 해야하나? 나보다 더 힘든 친구들도 보고 내가 가야겠구나…….”
“제가 원래 굉장히 굴곡이 좀 있다고 해야하나? 우울할 때는 한없이 우울해서 못 (빠져)나와요. 혼자 울고……. 그런데 OO이로 인해서, 제가 그렇게 되면은 아이도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중심을 잡아줘야 아이가 중심을 잡을 것 같고, 아이가 어디를 가든 당당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다잡고) 당당해지려고 하고, 목소리도 더 힘이 가고, 그러다보니 사회생활 하면서도 더 재밌고……. 그래서 OO이한테는 제가 고마워요.”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부모는 마음이 항상 강해야 되잖아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제가 쓰러지면 안되고 아이가 쓰러졌을 때 제가 안아줘야 하니까 이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위대한 사람 같아요. 내 스스로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면서 내 존재에 대해 자존감을 가지고, 아이를 케어할 때에 나도 아이도 같이 크는 것 같아요.”

가족이 단결함

하위범주 ‘가족이 단결함’은 또 다른 형태의 긍정적 부모되기 경험으로, 이 하위범주에는 ‘가족 간의 대화증진’,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줌’, ‘믿음과 이해심 증진’, ‘부부에서 양육의 동반자로’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아이가 만성질환 진단을 받으면서 고행의 과정으로 인한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으로 가족이 와해되는 사례도 있었으나 많은 참여자의 사례에서 오히려 부부사이가 좋아진다거나 부모가 아픈 아이와 건강관리를 위해 함께 운동하는 등 이전보다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대화가 증진되어 가족끼리 서로가 서로를 위해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모되기 경험을 한다. 또한 일반적인 부부관계처럼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부부 중심적 삶보다는 아이를 위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진정한 양육의 동반자로서의 부부가 되어가는 독특한 부모되기 경험도 드러났다.
“그 시기는 서로 다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 아이도 좋아지는 건 있지만 (우리 가족이) 큰 거 있죠. 동생들도 자라고, 저도 이제 뭘 하면 될지 알겠고, 아이에 대해서도 뭘 알겠고, (남편한테) 처음에는 오빠 (질병에 대해) 공부 좀 해, 우리 서로 말이 안 통한다, (그랬는데 이제는) 오빠도 저를 믿는 거고 저도 오빠를 믿는 거고, 대화가 되고……. 처음에만 조금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도 자신감이 생기고 남편도 자신감이 생기고……. 제가 육아를 친정 엄마랑 상담하는 게 아니고, 진짜 남편이랑 실시간으로 언제 어느 순간 (얘기를) 해도 항상 말이 통하고 항상 동료가 되었어요. 옛날같지 않고 딱딱 안다는 거 있잖아요. 그런 게 너무 좋아지고…….”

감사와 나누어 주는 삶

하위범주 ‘감사와 나누어 주는 삶’은 정상아동을 양육하는 부모되기 경험에서 얻게 되는 감사하는 마음 또는 오롯이 봉사만을 위한 삶과는 목적이 다소 다른, 즉 아픈 아동을 위한 부모의 보상심리가 포함된 현상을 나타낸다. 이 하위범주에는 ‘작은 일에도 감사’, ‘아이의 미래를 위한 적극적 봉사활동 참여’, ‘자조그룹에서 위안을 나눔’의 코드들이 포함된다. 만성질환아동의 부모는 자신이 다른 이를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게 되면 대신 아픈 자신의 아이가 미래에 힘들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나누어 주는 삶을 살아가려는 부모되기 경험을 한다. 이를 위해 작은 일에 감사하고 자조 그룹에도 열심히 참여하여 같은 질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와 부모들과 위안을 나눈다.
“의도가 나쁘긴 하지만 아이들을 봉사활동에 많이 데려가요. 너도 도움을 받을 거니까, 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으니까 지금 많이 돕자…….”
“(당뇨캠프에 가면) 애들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막 잊어버리잖아요. 중간 중간에 그걸 (다시) 알려주는 그런 게 있잖아요. 또 조그마한 애들 있잖아요. 아, 엄마 나도 저렇게 했었는데……. 그리고 너가 컸으니까 쟤네한테 다 알려줘야 되는 거다, (그러면) 신경부터 써주고 그런 것도 있더라구요. 그러니까 책임감도 있고……. 참 괜찮은 것 같아요, 그게.”
“저는 뭔가를 감사하면서 느껴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게 ◦◦이로 인해서 생겼고, 그런 글귀들을 제가 자꾸 찾아가더라구요. 뻔한 얘기지만 잊고 사는 글귀들. 그런 소소함에 감사함이 느껴져요.”
“제가 당뇨식으로 음식을 계속 만드니까 아이가 너무 맛있다고, 엄마가 전에 해주던 것보다 더 맛있다고 하면서 이거를 카페에 있는 사람들하고 공유를 하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당뇨식 블로그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아이에 대한 인식이 이상하게 더 많아진 거예요. 얘네 엄마가 이렇게 요리를 해서 올린다, 당뇨식으로. 거기에 대한 뿌듯함이 더 있더라구요. 아이가 자기 병에 대해서 더 숨기지 않고 엄마가 이렇게 해주면 자기 병이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더라구요.”
위와 같은 만성질환아동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범주를 근거로 이를 도식화한 것은 figure 1 과 같다. 자녀가 만성질환으로 진단받는 순간 대부분의 부모는 막막함과 혼란스러움, 심지어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듯한 고행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시간이 흐른 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의 치료에 매달리게 되면서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인생을 아이 질병에 먹혀버린 듯한 희생과 몰입의 부모되기 과정을 겪게 된다. 그러나 곧 부모는 이전의 익숙했던 일상과는 달라진, 그러나 아픈 아동과 가족을 위한 새로운 일상을 확립하며 재정상화를 이루어가고, 이 과정에서 비록 아픈 자녀를 돌보며 희생을 필요로 하는 부모의 역할과 부담을 감내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과 부모의 홀로서기를 위한 개척을 시도한다. 이 모든 과정은 자녀, 부모 또는 부부 각각의 측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가족 단위로서 서로 지지하고 단결하는 동반성장의 부모되기 경험을 한다. 고행 속의 희생과 몰입 이후 나타나는 3개 범주의 부모되기 경험은 일련의 순서를 지니기보다는 서로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험이었다.

논 의

본 연구에서는 만성질환 아동 부모의 부모되기(parenting) 경험을 탐색하기 위해 심층면담을 수행한 결과 ‘고행 속의 희생과 몰입’, ‘허물어진 일상의 재정상화’, ‘홀로서기를 위한 개척’, ‘나와 가족의 동반성장’의 범주가 규명되었다.
‘고행 속의 희생과 몰입’의 범주는 ‘느닷없이 빠져버린 고행의 수렁’, ‘아이의 질병에 먹혀버린 희생적 삶’, ‘오로지 아이의 치료에만 매달림’의 하위범주로 도식화되었다. 본 연구의 대부분의 참여자는 자신의 아이에게 진단이 내려지는 그 순간까지 왜 아이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막막함, 억울함 및 혼란스러움을 경험하였다. 본 연구의 이러한 결과는 만성질환 아동의 부모가 겪는 가장 대표적인 부모되기 경험으로 ‘고통’ 또는 ‘걱정거리’가 도출된 선행연구결과를 지지한다[16-19]. 이에 대해 Jerrett은 대부분의 만성질환아동 부모는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단받기 때문에 이로 인한 위압감의 경험을 최소화해 줄 필요가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17]. 또한 Coffey가 만성질환아동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11편의 논문을 근거로 부모의 관점에서 메타합성한 결과 ‘부모의 투쟁하는 삶’을 도출하면서, 그 하위범주로 본 연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움’의 개념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바 있다[3]. 따라서 본 연구 결과에 근거해 볼 때 자녀의 만성질환 발병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설명은 무리가 있다 하더라도, 아동간호실무 현장에서 아동의 질병 및 치료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제공은 부모의 혼란스러움이나 막막함을 최소화 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본 연구의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아이의 질병치료에 매달리면서 자신의 삶을 질병을 가진 자녀를 위한 희생적인 삶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아동의 만성질환 발생이 자신의 잘못된 양육과 관련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부모나 질병의 발견이 지연되었던 경험을 가진 부모의 경우 그 강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Park 등은 부모에게 아이의 만성질환이 주는 의미를 ‘내 삶의 업보’, ‘근심 덩어리’로 표현하며 자녀의 만성질환이 부모에게 희생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부담으로 작용함을 규명한 바 있다[19]. 그러나 만성질환에 대해 가족이 만들어 가는 상황에 대한 의미는 질병이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더 나아가 가족의 극복력이나 관리방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므로[11,20] 아동을 돌보는 간호사는 부모가 만성질환을 가진 아동 또는 질환 자체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는지를 사정하고 그 가족의 강점을 살려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중재전략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허물어진 일상의 재정상화’의 범주는 ‘무너져 버린 일상’과 ‘새로운 일상의 수립’의 하위범주로 도식화 되었다. 대부분의 참여자는 질병 진단의 초기에 일상의 허물어짐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일상의 허물어짐은 직장을 그만두거나 자유의 상실감을 느끼는 등 가족 구성원 개인 단위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기능과 역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Park 등의 연구에서도 만성질환 아동 부모는 ‘정상의 울타리에서 내몰림’을 경험하고 이는 가족 전체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임을 제시한 바 있다[19].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또한 만성질환 아동의 부모들이 질병과정에 적응하면서 점차 질병관리에 대한 우리 가족만의 노하우를 개발하고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재정비하며 자녀의 질병관리를 매일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재정상화를 수립하는 부모되기 경험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결과는 Hatton 등이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경험탐색을 통해 자녀의 질병관리를 통상적인 일상생활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규명한 것과[16], Park 등이 만성질환아동 부모가 경험하는 치료적 제한을 ‘정상 생활을 위한 삶의 과제’로 규명한 것과 상통하는 결과이다[21]. 한편 Knafl과 Santacroce는 만성질환 아동의 가족이 질병에 반응하는 4가지 주요 반응을 불확실성, 오명, 정상화 및 생존으로 제시하면서, 그 중 만성질환 아동 가족의 기능을 증진하고 치료적 결과를 최대화하는 데 기여하는 요인은 정상화(normalization)임을 강조한바 있다[11]. 정상화는 여러 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바에 따르면 만성질환 아동의 치료요법을 가족의 일상에 포함시켜 ‘늘상적인 것’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6,22]. 따라서 본 연구에서 규명한 ‘허물어진 일상의 재정상화’와 이에 포함된 하위범주들은 위와 같은 선행 연구의 주장을 지지함과 동시에 만성질환 아동 부모되기를 지지해 주는 중요 조정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근거로 향후 만성질환 아동 가족의 정상화에 대한 속성 규명과 함께 정상화를 촉진해 줄 수 있는 전략개발 연구를 제언한다.
‘홀로서기를 위한 개척’의 범주에는 ‘수용하고 직면하기’와 ‘아이의 홀로서기를 대비함’의 하위범주가 도출되었다. 많은 선행 연구에서 부모가 자녀의 만성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주요 긍정적 전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수용’과 ‘직면’의 개념이다[23-25]. 근디스트로피와 같은 불치병의 경우조차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부모들의 양육 경험이 이전 연구에서 드러났고[23,24], ADHD와 같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으나 높은 강도의 양육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만성질환아동의 부모가 아동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실에 직면하는 것임을 주장한 연구도 있다[25]. 이러한 과정을 겪은 부모는 자녀의 미래를 대비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규명되었다. ADHD 아동 부모에 대한 Oh와 Park의 연구에서 부모가 보인 ‘정상의 울타리를 만들어줌’이라는 현상은 본 연구에서 확인된 ‘최적의 방벽을 쌓아줌’과 유사하다[25]. 또한 Kim이 장애 아동 가족의 정상화과정 유형 중 ‘미래지향 중심 정상화’유형을 규명한 것과도 상통하는 결과이다[26]. 이 연구에서 Kim이 제시한 바와 같이 장애 아동이 성인이 되어도 안전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해주는 부모의 역할은[26] 본 연구에서 만성질환을 가진 자녀의 홀로서기를 위해 자립과 독립을 강조하는 부모되기 경험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만성질환을 가진 아동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정상적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최적의 간호전략이 약점보다는(can not do) 할 수 있는 것(can do)에 초점을 둔 채 독립심을 지지하는 간호임을 감안해 본다면[27], 아동간호 실무 현장에서 간호사는 부모가 아동 스스로의 의사결정을 지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더 나아가 아동 스스로가 자기 자신의 건강관리에 책임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나와 가족의 동반성장’의 범주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음’, ‘가족이 단결함’, ‘아이를 위한 감사와 나누어 주는 삶’의 하위범주로 도식화 되었다. 이 범주는 만성질환아동 간호의 초점이 단지 질병을 가진 아동 자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며, 가족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간호가 적용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해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즉, 비록 가족 내 한 개인의 질병 발병이지만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부모 자신의 삶에 대한 회고와 반성, 감사하고 나누어 주는 삶의 태도 확립 등 부모 자신의 인간적인 성숙도 함께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러한 변화는 가족 전체에도 영향을 미쳐 부부 사이 또는 자녀와의 대화가 증진되거나 서로 이해하고 버팀목이 되어주는 등 가족 구성원의 단결을 유도하는 계기가 됨을 진술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험은 Johnson의 장애아동 어머니의 부모되기 경험에서 가장 우선은 ‘우리의 가족’이라는 점을 규명한 것과[18], Coffey가 만성질환 아동의 부모되기는 ‘가족 단위로서 생존함’의 현상을 주요 주제로 도출한 것[3]과 일치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Kim도 장애아동 가족의 정상화 유형으로 ‘가족화합 중심’ 유형을 도출하면서 장애아동의 치료적 섭생만큼 가족의 화합, 협조,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강조한바 있다[26]. Knaf l과 Santacroce도 만성질환 아동을 위한 간호중재는 크게 두 가지 모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11], 첫째는 ‘스트레스 대처 모델(stress and coping model)’이며, 두 번째가 ‘가족 관리 모델(family management model)’이라고 언급하면서, 만성질환아동의 건강관리에 있어 가족 단위의 접근이 중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Wright와 Leahey도 만성질환아동 간호는 가족 중심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가족의 인지(만성질환에 대한 가족의 신념), 정서(만성질환에 대한 가족의 정서적 반응), 행동(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가족의 참여와 자신감 증진)에 대한 영역을 사정하고 중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28]. 특히 본 연구에서 드러난 부모되기 경험 중 독특한 현상 중 하나가 부모의 감사와 나누어 주는 삶 속에 정상아동 부모의 삶의 목적 인식과는 다소 다른 측면이 포함된 것으로, 여기에는 아픈 자녀의 미래를 위해 덕을 쌓고자 하는 보상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이는 서구보다는 우리나라 부모 자녀 관계 인식의 독특한 양상을 반영한 것으로, 내 전생의 잘못이나 나의 잘못으로 인해 자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예로부터 전해진 토속적인 신념과도 관련된 현상이라고 사료된다. 이에 대해 Park 등도 우리나라 만성질환 아동 부모는 자녀의 질병 발생의 원인을 ‘부모의 전생의 죄의 대가’로 바라보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을 규명하였으며[19], 이는 본 연구결과에서 부모의 과거와 현재의 삶이 자녀의 미래의 삶과 인과적 관련성이 있다는 인식이 드러난 것과 일맥상통한다. 본 연구에서처럼 만성질환을 가진 아동의 부모되기 경험이 승화하여 긍정적 인식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모와 가족 전체에게 성장의 경험을 제공하고, 이는 결국 만성질환아동 건강관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아동간호 실무 현장에서는 자녀의 질병과 치료에 대한 부모의 인식을 사정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시켜 줄 수 있는 지지적 전략이 요구된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의의를 갖는다. 첫째, 질병 별 고유한 부모되기 경험도 의미가 있으나 다양한 종류의 아동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부모가 겪는 부모되기 경험을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였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둘째, 기존에 알려진 고충, 막막함 등의 부정적인 부모되기 경험뿐만 아니라 일상의 재정상화, 아이의 홀로서기 증진 등 긍정적이고 발전적 측면의 부모되기 과정을 규명하고, 더 나아가 부모 또는 아동을 각각 따로 보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바라보며 재정상화와 성장 경험 등의 고유한 부모되기 현상을 규명하였다는 면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
위와 같이 만성질환 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과 관련하여 독특한 현상을 규명하였다는 연구의 의의 이외에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이 있음을 밝힌다. 첫째, 본 연구에서 참여자 중 50% 이상이 1형 당뇨 아동의 부모로 이는 보편적 만성질환을 바탕으로 부모되기 특성을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본 연구에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질환과 레녹스 가스토증과 같은 희귀 난치성 질환 아동의 부모 경험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나,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향후의 반복 연구와 함께 만성질환 아동의 질병 특성을 고려한 부모되기 경험의 탐색 및 이를 비교하는 심층적 규명 연구를 제언한다. 둘째,Figure 1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본 연구 결과에서도 만성질환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이 일련의 과정으로 드러나 보이기는 했으나, 경험 중심의 내용분석을 수행한 결과 이 과정을 심도있게 보여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음을 밝힌다. 따라서 향후에는 근거이론접근법과 같은 질적연구를 통해 이를 좀 더 명확하게 규명할 것을 제언한다.

결 론

본 연구는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건강한 정상 아동과는 다른 만성질환 아동 부모의 부모되기 경험에 대한 심도 깊은 탐색과 이해를 위해 시도되었다. 그 결과 만성질환아동 부모만이 겪는 부모되기 경험의 고유한 특성은 정서적 고충과 같은 부정적 경험뿐만이 아님을 확인하고 그들의 극복력을 증진시켜 줄 수 있는 내적 자원의 적용과정과 그 결과에 대해 규명하였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한국의 문화적 상황에서 만성질환아동의 부모되기 경험은 아픈 자녀를 위한 고충 속의 희생과 몰입 양상도 보였으나, 한편으로는 고통 속에 머물러 있기보다는 이전의 일상과는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픈 아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관리를 위해 가족의 재정상화를 이루어가는 부모되기 경험도 나타냈다. 또한 이러한 대부분의 과정은 질병을 가진 자녀 또는 부모를 각각의 개인이라고 보기보다는 가족 단위로 여기고 재정상화를 도모하며, 더 나아가 아동의 질병과정을 통해 가족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부모되기 과정을 드러냈다. 본 연구의 결과는 비록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아동과 그 가족들이라고 하더라도 실무 현장에서 불확실성, 낙담에 시달리기보다는 오히려 그들만의 강점을 살려 극복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고 만성질환아동과 가족의 재정상화를 촉진시켜 줄 수 있는 모델개발의 기초자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otes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Acknowledge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2013 Korea University special research gr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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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Parenting experience of parents with chronically ill children.
chnr-21-3-272f1.gif
Table 1.
Codes, Subcategories and Categories
codes subcategories categories
Aat a loss because of unknown origin Unexpected fall into the mire of self-mortification Sacrifice and full-engagement within self-mortification
Dashed hope
Feeling of unfairnessr
Confusion
World of betrayal from me
Devoting everything possessed Sole focus on treatment of the child’s disease
Putting all energy into gathering information
Trying out every medical treatment
Thorough management of the child's schedule
Only child-centered life Self-giving life due to the child's disease
The severing of various relationships
Self-existence sinking into oblivion
The loss of personal time Crumbled everyday life Re-normalization of collapsed daily life
Ruined previous daily life pattern
Quitting job
Carelessness toward other family members
Crumpled financial basis
Accepting disease management as part of everyday life Building new daily routines
Setting a new family goal
Rearrangement of family members' roles
Creating unique know-hows in life
Accepting and taking mind off Accepting and confronting the reality Paving a new way for independence
Taking mind off of negatives
Taking each situation as a new challenge
No discrimination between siblings Helping the child gain self-reliance
Developing a sense of independence
Constructing the best protective barrier
Expecting and preparing for emergencies
Retrospection and self-reflection on the past Caring the child becomes a stepping stone for further growth Growing together of myself and the family
Striving for confidence
Seeing the child as a driving force of my life
Showing the presence and importance of parents
Frequent conversations between family members The solidarity of family
Relying on each other
Strengthening faith and understanding
From husband and wife to partners in parenting
Being always thankful Appreciation and sharing in life for child
Active participation in volunteer activities
Participating in self-help group and comfort others
Editorial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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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 +82-33-649-7614   Fax: +82-33-649-7620, E-mail: agneskim@c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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